2nd Solo Exhibition

정말이지너는 You’re sur real

January 31 - March 8, 2015
구슬모아당구장 Daelim D project space (guseulmoa), Seoul, South Korea
Curator: Seyoung Lee

실로 있기 / A way of being, 600 x 300 cm, drawing and thread installation, 2015

실로 있기 / A way of being, 600 x 300 cm, drawing and thread installation, 2015

 

Artist’s Note

무한색, 검정
검은 색 면들은 세계를 보여주고, 흰 선들은 그 세계 속에 있는 존재자들을 표현합니다. 백색의 공간 위에 검은 면을 칠하면 하늘이 되고 땅이 되고 바다가 됩니다. 하나의 실선은 나와 너를 나누어 주고, 여러 개의 선들은 그것들 사이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검은색과 흰 여백, 그리고 명백한 선들은 하늘과 땅만큼의 것들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구분되는 모든 존재자와 그 사이의 교감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여 검정의 단색은 나에게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 무한한 색입니다.

긋고 칠하는 그림명상
흰색의 명백한 선을 종이 위에 새기듯 남겨놓을 때에는 대단한 정성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마치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인데 너는 그러그러한 사람이다'라며 다름을 피력하는 것만큼의 긴장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다름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마도 나만 홀로 그곳에 서 있기 위함일 것입니다. 내가 보고 향유한 세계를 타인과 공유하고 싶지 않은 배타적인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게 구획들을 잘 나누고 나면 이번엔 검은색의 잉크로 슥슥 채워나갑니다. 경계들은 무너지지 않는 성벽처럼 견고하기에 거리낌 없이 칠해 나가도 괜찮습니다. 그것은 마치 문을 걸어 잠그고 집 안에서 옷을 훌러덩 벗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선을 긋고 면을 칠하는 일련의 그림 그리기 행위는 휴식을 위한 노동, 자유를 위한 구속, 쾌락을 위한 금욕하기의 반복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계없는 동굴에 숨기
동굴은 검습니다. 구획이 잘 나뉜 면 위에 검은색 면을 칠하는 것은 마치 이 먹빛의 안전한 동굴로 숨어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빛이 없는 굴에서는 나와 사물과의 경계가 불분명해집니다. 이리저리 머리를 찧을 정도로 나 자신의 경계조차 모호해져 버립니다. 나와 나의 외부세계의 구분이 의미 없게 되어버린 그러한 어둠, 경계 없음 속에서는, 내가 그 어둠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만큼, 무한하게 확장되는 것을 느낍니다. 한낮의 빛 속에서 나와 타인의 경계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는 긴장으로부터 이완됨을 느낍니다. 나의 그림은 바로 그러한 검은 무대 위로 인물들이 하나둘 등장하며 시작됩니다. 그 등장인물의 얼굴에는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내색이 없는데, 그것은 그들이 기뻐하거나 슬퍼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둠 속에서의 경계란 이편과 저편의 '이'와 '저'가 빠진, '편'과 '편'일 뿐인 닫혀있지 않은 경계이기 때문입니다.

얼굴로 가득한 세계
나는 습관적으로 얼굴을 찾습니다. 길가에 떨어진 돌멩이에서도, 건물에 난 창문과 문의 생김새 속에서도 얼굴을 찾습니다. 얼굴은 나를 투명하게 만들어 없는 것처럼 있을 수 있게 해주는 최신의 정교한 투명망토와도 같습니다. 나를 향한 시선들이 내 얼굴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게 되면, 그에 맞는 이미지를 투영해 주어, 상대방은 아무 막힘 없이 나를 뚫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여, 얼굴은 세상 속에 나의 영역을 확보하면서 그 뒤에 숨을 수 있는 일종의 보호막인 셈입니다. 한편으로 타인의 얼굴은 나에게 반듯하게 서 있는 나 자신을 비추어볼 수 있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이런저런 생각과 마음을 투영시켜 보고는 그 반영을 지켜봅니다. 타인의 얼굴은 그 생김과 각도에 따라 다른 반영을 내게 비추어줍니다. 그러면 나는 마치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요리조리 매무새를 확인하듯 생각과 마음을 가다듬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는 행위는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고 혼잣말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투명망토로서든, 거울로서든, 이 얼굴의 기능은 내가 세상 속에 홀로 있음을 확인하거나, 홀로 있지 않음을 확인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홀로 있음에 안도하는 사람들은 투명망토로서 얼굴을 사용할 것이고, 홀로 있지 않음에 안도하는 사람들은 얼굴-거울로 더 많이 활용할 것입니다.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가 발산하는 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하는 일종의 얼굴-광학의 세계입니다.

 

Gallery’s Introduction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은 2015년 1월 31일부터 3월 8일까지 일러스트레이터 무나씨의 전시 <무나씨 : 정말이지너는 You're Sur Real>을 선보인다. 2008년부터 꾸준히 간결하고 절제된 흑백의 독특한 드로잉 작업을 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동안 중요하게 다루어 온 주제인 '안과 밖', '나와 타자', 그리고 그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람은 누구나 매 순간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무나씨에게 '타인'이란 무의식적으로 아무것도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자신의 다양한 자아를 만들게 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왔다. 그가 매번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를 맺을 때마다 끊임없이 생겨난 새로운 자아는 관계가 사라진다 해도 여전히 '또 하나의 나'로 남게 되며, 그렇게 '진정한 나'와 '타인을 끌어들여 만들어 낸 또 다른 나'의 경계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결국 '나'라는 존재 하나뿐이다. 여기에서 작가는 타자와의 관계 사이의 무의미한 경계를 발견하고 이를 지워나가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나와 타자의 경계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즉, 내가 곧 타인이고 타인이 곧 나이기도 하다는 주체와 객체를 초월한 '무경계'가 결국 '무나씨 드로잉'의 가장 중요한 주제다.

이번 전시 <무나씨: 정말이지너는>에서 작가는 수많은 나와 너의 이미지를 반복과 중첩을 통해 공간적으로 확장시킨다. 이를 통해,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수 많은 불특정 타인과의 만남에서 생겨난 다양하게 변형된 자아들 속의 '진정한 나'를 찾아 나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 답답함을 토로한다. '정말이지너는'은 무나씨가 오랜 시간 스스로 던져온 질문이자 자책과 같은 독백임과 동시에, 어쩔 수 없이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나'와 다름없는 타인에게 공감하고 소통하고자 건네는 깊은 관심과 애정 섞인 불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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